2010년 03월 01일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카프카 를 읽고난 후의 변
군 생활에서의 독서라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특히 나같이 수색대대 병사라면 더더욱. 그러나 어째 좋은 기회가 생겨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잃을 기회가 생겼다. 물론 귀중한 취침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탐독했던 것이지만.
그리고 지금 난 굉장히 능동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알 수 없는 욕구가 내 안에 응어리져갔기 때문이다. 그 응어리는 필시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긴 후에 생긴 것일 터였다.
왜 난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라는 책을 읽었는가. 하루키 본인이 유명한 소설가인데다 이 작품 또한 유명해서였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추천, 내 스스로의 호기심 때문이기도 했다. 그것을 지금,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단잠에 비길 가치가 있었다고 여긴다. 그런데, 가슴 깊은 곳에서 끈적끈적하게 덩어리져 혈류를 방해하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대체 뭐란 말인가.
난 내 스스로 학식의 경지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카프카의 문장 하나하나는 화려하며 난해하다. 지금의 내 경지로는 감히 인용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진다. 기회가 된다면 문장 한 구절 한 구절을 다시 음미해보고 싶을 정도이다. 안타깝게도 내 소유의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음 기회는 꽤 시간이 지난 후 일 테지만. 그러나 허겁지겁 읽은 것 때문인지, 정말 하루키가 의미 없는 단어의 연속을 나열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단순히 멍청한 것인지 차치하고서라도, 문제는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다. 카프카라는 15살 소년의 성장기일까? 분명 소년은 성장한다. 하지만 15살이라는 나이 치고 지나치게 어른스럽고, 박식하다. 오직 성적인 문제에서만 그 또래의 소년으로 변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야설일까? 분명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성적인 묘사가 과하다. 근친, 동성애, 매춘, 강간 등등. 어머니 자궁 안에 사정을 하고, 질은 한 번도 이용하지 않고 성교를 할 때는 항문을 이용한다는 여인도 등장한다. 하지만, 야설이라고 하기엔 그 묘사가 좀 더 적나라할 필요가 있는데다 이야기의 주된 흐름이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오컬트? 소설 내에 초현실적인 부분이 등장하지만, 역시 이것도 아니다. 로맨스? 소년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기엔 상대는, 어머니? 여자이지만 동시에 게이인 성장애자? 아니다. 그래서 모르겠다는 거다. 단절된 소통을 이야기하지도, 기괴한 사건을 추리하지도 않는다. 이게 대체 뭐야?
유일하게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노인과 청년의 기묘한 동행 부분이었다. 이야기의 흐름, 주인공의 행적과는 전혀 무관할 것 같던 두 인물의 여정이 후에 주인공 카프카를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개연성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냥 이렇게 되더라, 라는 이야기이다.
자, 나는 책을 읽고 싶었고 우연한 기회가 생겨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가슴은 이 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단어와 단어가, 문장과 문장이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그 의미가 마치 자리를 잘못 잡은 퍼즐 조각들처럼 하나의 완전한 그림이 나오질 않고 있다.
카프카와 사에키, 사쿠라와의 성교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작품에서 성교와 피는 무언가 커다란 의미가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왜? 하필 성교야만 했는가? 근친을 묘사하면서까지 하루키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어떤 의미를,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인가. 조니 워커? 커널 샌더슨? 입구의 돌, 노인의 존재의의, 집단의식불명사건.
작품은 시종일관 결말을 향해 상황과 사건을 강요하고 있다.
어쩌면 답은 이미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작가 마음대로.'인 것이다. 그가 창조한 해변의 카프카라는 세계이고 우주이다. 내가 이렇게 구시렁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군대라는 이 왜곡된 공간속에서는 애석하게도 나와 이런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 나는 궁금하다. 이 작품을 읽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가 있을까? 모르겠다. 좀 더 시간과 정성을 들여 탐독해야 했을까? 내 지적의식의 수준이 작품을 읽고 이해하며 공감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일까? 답답하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내 질문은 공허에 던지는 것과 같다. 돌아오는 것은 무거운 침묵뿐이다. 답은 내 스스로 찾아야 할 문제다.
이것은 독후감일까? 난 여태껏 독후감을 자발적으로 써 본적이 없다. 다만 그저 생각의 부산물이라고 해두자.
이것으로 이 글은 끝이다. 작품도 이야기가 끝이 났으며, 하루키는 다시 다른 세계를 창조하고 있으니 나는 그 세계 또한 탐험해 보아야 겠다.
군에서 야음을 틈타 탐독했던 하루키의 작품에 대해
왠지 이런 글을 쓰고 싶었더라...
현재는 1차 정기휴가중... 복귀는 2010/3.7
# by | 2010/03/01 23:52 | 트랙백 | 덧글(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