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카프카 를 읽고난 후의 변





군 생활에서의 독서라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특히 나같이 수색대대 병사라면 더더욱. 그러나 어째 좋은 기회가 생겨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잃을 기회가 생겼다. 물론 귀중한 취침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탐독했던 것이지만.

그리고 지금 난 굉장히 능동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알 수 없는 욕구가 내 안에 응어리져갔기 때문이다. 그 응어리는 필시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긴 후에 생긴 것일 터였다.

왜 난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라는 책을 읽었는가. 하루키 본인이 유명한 소설가인데다 이 작품 또한 유명해서였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추천, 내 스스로의 호기심 때문이기도 했다. 그것을 지금,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단잠에 비길 가치가 있었다고 여긴다. 그런데, 가슴 깊은 곳에서 끈적끈적하게 덩어리져 혈류를 방해하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대체 뭐란 말인가.

난 내 스스로 학식의 경지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카프카의 문장 하나하나는 화려하며 난해하다. 지금의 내 경지로는 감히 인용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진다. 기회가 된다면 문장 한 구절 한 구절을 다시 음미해보고 싶을 정도이다. 안타깝게도 내 소유의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음 기회는 꽤 시간이 지난 후 일 테지만. 그러나 허겁지겁 읽은 것 때문인지, 정말 하루키가 의미 없는 단어의 연속을 나열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단순히 멍청한 것인지 차치하고서라도, 문제는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다. 카프카라는 15살 소년의 성장기일까? 분명 소년은 성장한다. 하지만 15살이라는 나이 치고 지나치게 어른스럽고, 박식하다. 오직 성적인 문제에서만 그 또래의 소년으로 변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야설일까? 분명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성적인 묘사가 과하다. 근친, 동성애, 매춘, 강간 등등. 어머니 자궁 안에 사정을 하고, 질은 한 번도 이용하지 않고 성교를 할 때는 항문을 이용한다는 여인도 등장한다. 하지만, 야설이라고 하기엔 그 묘사가 좀 더 적나라할 필요가 있는데다 이야기의 주된 흐름이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오컬트? 소설 내에 초현실적인 부분이 등장하지만, 역시 이것도 아니다. 로맨스? 소년의 사랑 이야기라고 하기엔 상대는, 어머니? 여자이지만 동시에 게이인 성장애자? 아니다. 그래서 모르겠다는 거다. 단절된 소통을 이야기하지도, 기괴한 사건을 추리하지도 않는다. 이게 대체 뭐야?

유일하게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노인과 청년의 기묘한 동행 부분이었다. 이야기의 흐름, 주인공의 행적과는 전혀 무관할 것 같던 두 인물의 여정이 후에 주인공 카프카를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개연성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냥 이렇게 되더라, 라는 이야기이다.

자, 나는 책을 읽고 싶었고 우연한 기회가 생겨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가슴은 이 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단어와 단어가, 문장과 문장이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그 의미가 마치 자리를 잘못 잡은 퍼즐 조각들처럼 하나의 완전한 그림이 나오질 않고 있다.

카프카와 사에키, 사쿠라와의 성교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작품에서 성교와 피는 무언가 커다란 의미가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왜? 하필 성교야만 했는가? 근친을 묘사하면서까지 하루키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어떤 의미를,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인가. 조니 워커? 커널 샌더슨? 입구의 돌, 노인의 존재의의, 집단의식불명사건.

작품은 시종일관 결말을 향해 상황과 사건을 강요하고 있다.

어쩌면 답은 이미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작가 마음대로.'인 것이다. 그가 창조한 해변의 카프카라는 세계이고 우주이다. 내가 이렇게 구시렁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군대라는 이 왜곡된 공간속에서는 애석하게도 나와 이런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 나는 궁금하다. 이 작품을 읽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가 있을까? 모르겠다. 좀 더 시간과 정성을 들여 탐독해야 했을까? 내 지적의식의 수준이 작품을 읽고 이해하며 공감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일까? 답답하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내 질문은 공허에 던지는 것과 같다. 돌아오는 것은 무거운 침묵뿐이다. 답은 내 스스로 찾아야 할 문제다.

이것은 독후감일까? 난 여태껏 독후감을 자발적으로 써 본적이 없다. 다만 그저 생각의 부산물이라고 해두자.

이것으로 이 글은 끝이다. 작품도 이야기가 끝이 났으며, 하루키는 다시 다른 세계를 창조하고 있으니 나는 그 세계 또한 탐험해 보아야 겠다.












군에서 야음을 틈타 탐독했던 하루키의 작품에 대해

왠지 이런 글을 쓰고 싶었더라...


현재는 1차 정기휴가중... 복귀는 2010/3.7

by Ludin | 2010/03/01 23:52 | 트랙백 | 덧글(1)

2009년 4월 28일 입대합니다




39사단 훈련소




모두 안녕~ 꼭 다시 보자규

by Ludin | 2009/04/27 11:39 | 트랙백 | 덧글(1)

윈도우즈 구동음으로 만든 음악


세상은 역시 넓군

by Ludin | 2009/04/22 12:37 | 헛소리 | 트랙백 | 덧글(0)

이 이글루를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참 난감하다














군대에서 접속해서 일기나 가끔 써볼까







'모월모일 오늘은 선임 아무개 병장이 내게 비누를 주워달라고 했다'







아 씨바.. 생각만으로도 죽고싶어 으어어어ㅜㅜ

by Ludin | 2009/04/19 04:57 | 트랙백 | 덧글(0)

판피대랍시고 썼던것- 누군가의 이야기

"난 말야 피자가 싫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운전석의 녀석에게 말했다.
"이봐! 브랜든! 됐으니까 입 다물어!"
파코 녀석은 정신없이 운전하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꽥 소리를 질러댔다. 그때마다 푸짐한 볼때기가 푸들푸들 떨리는게 여기서도 훤히 보였다.
"빵인지 아니면 파이인지 알지도 못하겠고 무엇보다 피망이 가장 짜증나. 씹을때마다 냄새가 나거든."
"브랜든!"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맛도 없어."
"알았어! 알았으니 제발 닥쳐! 조금있으면 병원이야!"
숨을 쉴때마다 상처에서 피가 꿀렁꿀렁 쏟아졌다. 머리가 띵했으므로 아픈지 어떤지는 잘 느껴지질 않았다.
"피자 가게에 들르는게 아니었는데."

 


한참 울고불고 난리치던 꼬맹이 녀석이 돌연 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제 풀에 지쳐 울음을 멈추길 기다린것 뿐인데 곧이어 더한 걸 요구하기 시작했다.
"피자 사줘요."
"엉?"
"배고프니까 피자 사줘요."
건망진 애새끼같으니. 보스의 명령만 아니었으면 엉덩이에 구멍을 몇개 더 만들어 줬을텐데.
"지금은 안돼."
배달같은걸 시켰다가 꼬리라도 밟히면 큰일이지.
내 말에 꼬맹이가 눈을 치켜뜨고 바락 대들었다.
"왜 안돼요! 나 배고프단 말예요! 납치를 했으면 굶어죽지 않게 식사를 제공하는게 인지상정 아닌가요!"
꼴에 여자라고 꽥꽥거리는 것이 여간 시끄러운게 아니었다.
나는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은 햄버거를 꺼냈다.
제길 내 비상식량인데.
"자, 지금은 이걸로 참아."
"이건 피자가 아니잖아요!"
꼬맹이에게 던져주고 꽥꽥거리는걸 무시한채 다시 신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꼬맹이는 통통한 볼을 힘껏 부풀리며 못마땅해 하다가 이내 햄거버를 집어들었다.
"우유도 줘요."
"뭐?"
"목 메이니까 마실것 달라구요."
바라는것도 많아. 이래서 부잣집 애들이란놈들은...
평소에 우유를 많이 마시는 편이기에 다행이 우유는 많이 있었다.
우유를 마저 건네주자 꼬맹이는 그나마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있죠, 왜 날 잡아두고 있는거에요?"
내 비상식량을 해치우던 꼬맹이가 트림을 몇 번 꺽꺽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거 참 잠시도 가만있질 않는구만.
"잡아두고 있는게 아니라 보호하고 있는거야."
꼬맹이는 못 믿겠다는듯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그럼 아저씨는 우리 저택에 있는 보디가드들보다 더 강한 보디가드에요?"
"아니, 난 킬러야. 내 주된 일거리는 누구를 지키는 게 아니라 죽이는 거란다. 알겠으면 좀 닥쳐줄래?"
처음부터 이상했다. 보스가 왜 내게 이런 일을 시키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보스와 친분이 투터운 부자의 딸이라지만, 나참.
꼬맹이는 곧 시무룩해지더니 햄버거를 마저 해치웠다.
얼마쯤 지나자 꼬맹이는 제 맘대로 내 침대에 기어올라가 참을 청했다.
뭐라고 할까 생각하다가 내버려두기로 했다. 꼬맹이 상대가 귀찮기도 하거니와 내 휴식시간을 줄일 마음은 추호도 없었으므로.
"여, 파코."
꼬맹이가 잠든것을 확인하고 집을 나서서 파코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말이 좋아 레스토랑이지 그냥 허름한 음식점이었다.
"여, 브랜든. 저녁 먹으려고 왔냐?"
푸짐한 인상의 파코는 내가 들어서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항상 먹던걸로 줘."
"알았어. 잠깐만 기다리라구."
파코는 풍성하게 기른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뭐, 패스트푸드이니까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잠깐 신문이라도 보기로 할까.
"그래, 요새 또 네 보스가 일거리를 늘려줬나보지?"
"말도마, 왠 여자 꼬맹이를 나더러 보호하래."
"뭐? 네놈에게? 네 보스 혹시 약때문에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냐?"
"그래,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해서 몇번이나 되물어봤다고."
파코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 해보였다.
나는 햄버거를 마저 먹어치웠다. 햄버거지만 훌륭한 맛이었다. 파코녀석의 지저분한 생김새와는 달리 말이다.
"아, 혹시 이 근처에 피자 전문점이 있나?"
식사를 마치고 맥주나 한잔 달라고 하려다가 문득 꼬맹이가 생각나서 파코 녀석에게 물었다.
"뭐? 피자? 너 싫어하는거 아니었어?"
"내가 먹을게 아냐, 아까 말한 꼬맹이가 피자피자 노래를 부르길래 귀찮아서 말이지."
그래, 그냥 귀찮을 뿐.
"그냥 내가 만들어줄테니 가져가."
"네가 만든 피자를 꼬맹이에게 먹였다간 배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파코가 내 말에 킬킬거렸다.
"그렇기도 하군. 그럼 이렇게 가봐."
녀석은 약도까지 그려주며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었다.
세상에, 내가 피자를 사러 피자가게에 들르다니.
"여기, 어린애가 좋아할만한 피자로 아무거나 한판 줘."
점원은 곧 포장된 피자 한판을 내게 내놓았다.
값을 치르고 다시 아파트로 향했다.
그런데 낌새가 이상했다.
못보던 밴이 주차장에 서 있었다.
"제길, 개들이 냄새를 맡았군."
웃기는 꼴이 되어버렸다. 한손엔 피자를 들고 총격전이라니.
탕 탕
아파트 구조는 놈들보단 내 쪽이 훤했다.
뭣도 모르고 있던 개들은 9밀리 납탄 덕에 몸무게가 불어난 채로 안치소 냉장고에 처박힐 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개들이 아직 여기까진 오진 못한것 같았다.
"꼬맹아!"
집안에 들어가 꼬맹이를 불렀다.
다행이 꼬맹이는 눈을 비비며 내 방에서 걸어나왔다.
"뭐야, 아저씨 시끄럽게. 숙녀가 자고있을땐 조용히 하는거야."
숙녀는 얼어죽을. 너같은것보다 뒷골목 창녀 아가씨들이 훨씬 더 숙녀답겠다.
"됐고, 빨리 옷 챙겨. 여길 떠야되니까."
"무슨 알인데 그래?"
"말대답 하지말고 빨리..."
꼬맹이를 윽박지르려다 말을 잇지 못하고 총을 입구로 겨눴다.
개들이었다. 한 방이라도 꼬맹이에게 납탄을 먹이면 게임오버. 제길, 피자가게같은델 들리는게 아니었는데.
"꼬맹아! 숨어!"
빽 소리를 지르며 꼬맹이에게로 몸을 던졌다.
탕 탕!
한바탕 정신이 없었다.
잠시뒤 정신을 차리자 개들은 모두 입구에 널브러져있었다. 무작정 쏴댄거였는데 운이 좋았군.
"윽!"
몸을 일으키려다 복부의 고통에 머리가 찌릿하고 울렸다.
"아저씨! 괜찮아? 죽지마 아저씨!"
다행이 꼬맹이는 무사했다.
"죽긴 누가죽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자, 꼬맹아 너 피자 먹고싶지? 그럼 얌전히 시키는 거 따라해."
베레타를 쥔 오른손으론 배를 움켜쥐고, 왼손으로는 꼬맹이 눈앞에서 피자를 흔들며 말했다.
꼬맹이는 피로 젖은 내 셔츠를 보며 공포에 질린 얼굴로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
"눈감고 업혀, 집에 데려다 줄게."

무슨 정신으로 파고의 가게까지 차를 몰고 간 건지 기억이 불확실했다.
파코는 내 꼴을 보고는 경악하며 내 보스에게 연락을 했다. 다행이 형제들이 금방 도착했고, 꼬맹이는 피자와 함께 형제들에게 맡겨졌다.
그리고 나는 보시다시피 이런 꼴이다.
"아, 제길. 죽을때까지 피자는 입에 안 댈거야."
내 말에 파코의 볼때기가 푸들푸들 떨렸지만 어쩐지 파코의 목소리가 들리질 않았다.
아 졸리군.

 

 

 


"어이구, 보스 여기까지 행차를 다 하고, 뭔 일 났수?"
"브랜든 몸은 어때?"
보스는 병실에 들어서다 내 농담에 킬킬대며 침대 옆 자리에 앉았다.
"보시다시피요. 외줄타기라도 할 수 있을것 처럼 보이슈?"
"입이 멀쩡한걸 보니 다 나았구만."
보스의  말에 의하면 꼬맹이와 그 가족들은 무사하다고 한다. 다 내 덕이라나 뭐라나.
"그렇게 고마우면 보너스좀 주쇼."
"하하, 그렇게 해줄테니 어서 일어나라고."
한동안 즐겁게 대화하다가 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봐야겠어, 아직 일이 마무리되지 않았거든."
"무리는 하지 마쇼."
"아, 그리고 이건 선물."
보스가 뒤쪽에 형제를 시켜 가져온것은..
"아가씨가 브랜든 자네에게 꼭 전해달라더군."

 

보스가 떠난 병실은 이내 조용해졌다.
파코녀석이 내 병간호를 해주긴 하지만 지금은 가게를 마저 정리하러 자리를 비웠다.
"......"
막상 할 일도 없고 하니...
꼬맹이가 줬다는 선물에는 쪽지가 들려있었다.
'아저씨 고마워요 빨리 나으세요'
이 삐뚤빼뚤한 글씨체란.
왠지 정겨운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웃었다.
"성의를 봐서라도 먹어볼까?"
납작한 상자를 열어 한조각 피자를 집어들었다.
음, 냄새는 괜찮은데.
피자조각을 한 입 베어물었다.
"윽, 역시 맛은 없구만."




 


한시간만에 뚝딱 썼었다

다른 조건이 더 있었는데 그냥 피자라는것 하나만 생각하고 적은것.

동해씨 미안...

by Ludin | 2009/04/17 12:01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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